♥찌니용

뒤늦은 새해 인사

날자용 2013. 2. 5. 23:54





짧은 한 해가 또 지나갔습니다. 깊은 잠이 들다 깨어나면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. 2012년이 아마도 그러했지요. 몇 가지 변화와 사건과 기타 등등의 일들이 있었고 바뀔 줄 알았던 세상은 내가 바뀌지 않으면 그대로란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었지요. 

우리에게 조금은 과분한 주말 텃밭을 마련했고 가족과 모기와 함께 여름 주말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. 반년 전의 그 일들이 벌써 오랜 추억처럼 느껴집니다. 아내가 찍어준 이 한 장의 사진이 그냥 한 낮의 꿈처럼 다가옵니다. 나이를 한 살 먹는 것이 두려웠던 내가 이제는 다른 것이 두려워졌습니다. 딸이 한 살을 더 먹고 자라는 것, 내 품을 떠나 날개짓 하는 작은 새를 안타깝게 상상합니다. 올해엔 아빠로서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함을 다짐합니다. 딸 아이의 시선에 나를 맞추어야겠습니다.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. 더 낮은 내가 되어야겠습니다. 부지런한 내가 되어야겠습니다. 다짐으로 도배하는 한 해가 되어도 또 다짐하고 다짐해야겠습니다.

그러다 또 다시 새해의 한 달이 훌쩍 지났네요. 아침 출근길에 팔거천을 걷다 오늘은 마치 겨울이 벌써 끝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. 단지 얼어붙은 땅이 진창이 되기 때문만은 아니었지요. 새봄에 설레던 어린 가슴은 등돌린 겨울의 뒷모습에 더 쓸쓸해질 만큼 나이를 먹었습니다. 이제 나이가 든다는게 단순히 주름살 하나 느는게 아님을 깨달아 갑니다. 그건 마음의 빈 여백이 하나 줄어든다는 것이었죠. 스케치북의 새 종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겠죠. 스케치북 새 종이를 쉼없이 써버리는 딸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종종 돌아보게 됩니다.내가 무심코 쓰고 버린 종이들을 떠올립니다. 

어려운 말로 세상을 표현한다는 건 얼마나 편리한가 종종 생각해봅니다. 삶은 살아 보니 훨씬 더 간결한데 말입니다. 정해진 답이 없는데 정답만을 쫓아 기어왔습니다. 행여나 틀릴까 늘 불안해하며. 사실 모두에겐 각자만의 정답이 있을텐데 말이죠. 아마 대부분은 변수들일 뿐이었죠.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, 내일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혀가 더 꼬이는 법이겠죠. 간결한 언어에 삶을 담는 것이 훨씬 더 어렵지요. 그래서 간단치 않게 열리는 입이 더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. 

영화 '나 없는 세상'에서 주인공이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. "겨울이 좋다고" 말합니다. 바람, 차가운 공기, 서늘한 햇살. 나도 겨울이 좋습니다. 살을 에는 그 추위가 내가 살아있음을 쉼없이 깨닫게 하기 때문이죠. 살기 위해 심장이 더 열심히 움직이어야 될 것 같은 그 느낌이 좋습니다. 

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먹는게 머 대수일까요. 중요한건 매일매일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겠죠. 즐기며 웃고 울며 모든 것을 후회없이 그렇게. 어떤 일본 영화의 제목처럼 '지금 만나러 갑니다.' 아직 오지 않은 내 꿈을 만나러, 완결되지 않은 엔딩을 쓰기 위해 말이죠. 가만 주저앉아 있어도 종착지에 닿을 거라면 그냥 뚜벅뚜벅 계속 걸어가는게 마지막은 기분이 좋겠지요. 

오랜만에 쓰는 글이 또 주절주절입니다. 그래도 마음은 편한네요. 정답이 없음을 이젠 조금은 알겠거든요.  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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